청춘의 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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송영태
밭이랑에 철모가 올라 앉았다.
봄의 새순으로 돋았는지 땅을 헤집고 서 있는 녹슨 철모
태양이 기울 때 덧난 역사의 그림자는 길어지는지
선명하게 실탄자국을 남긴 철모는
자기 그림자를 끌고 간다.
내부를 관통하던 허허로운 바람을 놓아주려는 것일까?
차츰 아득해지는 머리 위로
실탄이 쉴 새 없이 튀어 오르던 그날인 듯
봄비가 땅 위에 탄피처럼 차곡차곡 쏟아진다.
이제는 조각조각 허름해서 틈틈이 젖어 있던 군복 대신
마지막 명령처럼 꺼내 놓은 철모
오래된 분묘에서 구렁이 굵은 빈 껍질이 떨어지듯
오롯이 철모가 땅 위에 굴렀다.
땅을 헤집다가 돋아난 인식표에서
유해 발굴단은 숙연해진 시간의 녹물을
붓으로 조심스럽게 덜어낸다.
계절이 바뀌고 밭에는 새 건물이 올라설 것인지
철근더미가 쌓여 있다.
약속이듯 땅 속을 지키며 넋을 섞다가
철모의 주인에게도 어느새 전갈이 갔는지
포연(砲煙)속에 오래 아껴 놓은 군가를 찾아 부르는지
어긋난 뼈마디를 추려 놓으면
비에 씻겨 하얗게 돋아나는 청춘의 살결
길고 긴 세월을 오르내리던 철모의 주인은
백골이 되어 제대 명령서를 받아들였다.
녹슨 철모 위에 마지막 푸른 꽃이 피고 있다.
밭이랑에 철모가 올라 앉았다.
봄의 새순으로 돋았는지 땅을 헤집고 서 있는 녹슨 철모
태양이 기울 때 덧난 역사의 그림자는 길어지는지
선명하게 실탄자국을 남긴 철모는
자기 그림자를 끌고 간다.
내부를 관통하던 허허로운 바람을 놓아주려는 것일까?
차츰 아득해지는 머리 위로
실탄이 쉴 새 없이 튀어 오르던 그날인 듯
봄비가 땅 위에 탄피처럼 차곡차곡 쏟아진다.
이제는 조각조각 허름해서 틈틈이 젖어 있던 군복 대신
마지막 명령처럼 꺼내 놓은 철모
오래된 분묘에서 구렁이 굵은 빈 껍질이 떨어지듯
오롯이 철모가 땅 위에 굴렀다.
땅을 헤집다가 돋아난 인식표에서
유해 발굴단은 숙연해진 시간의 녹물을
붓으로 조심스럽게 덜어낸다.
계절이 바뀌고 밭에는 새 건물이 올라설 것인지
철근더미가 쌓여 있다.
약속이듯 땅 속을 지키며 넋을 섞다가
철모의 주인에게도 어느새 전갈이 갔는지
포연(砲煙)속에 오래 아껴 놓은 군가를 찾아 부르는지
어긋난 뼈마디를 추려 놓으면
비에 씻겨 하얗게 돋아나는 청춘의 살결
길고 긴 세월을 오르내리던 철모의 주인은
백골이 되어 제대 명령서를 받아들였다.
녹슨 철모 위에 마지막 푸른 꽃이 피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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